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전도유망하다는 평가는 비교우위, 즉 성공 가능성을 의미한다. 열정과 뚝심을 양분 삼는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이다. 대전시가 매년 지정·관리하는 유망중소기업이 그렇다. 굴곡과 역경을 딛고 내일의 블루칩을 꿈꾸는 대전 유망중소기업. 그들의 현재 진행형 성장기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훌륭한 교과서이자 잘 사는 도시 대전의 씨알 굵은 동력이다. ‘2015년 선정 대전 유망중소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1. ㈜LEDIX 한 동아리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무언가를 타고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 무리가 10명이든 100명이든 사람을 이끌고 성과를 내는 리더는 누구나 쉽게 소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 ㈜LEDIX 황순화 대표가 그랬다. 그는 여성 CEO다. 거창한 부드러움 속에 확고함이라든가 상냥한 말투 속 강한 의지라든가 액션이 크진 않다. 하지만 어려움 앞에 넘어질지언정 쓰러지지 않고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판 고집이 퍽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LED 제조업체 ㈜LEDIX 또한 CEO처럼 사람을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1. 불의의 사고로 날개가 꺾인 가톨릭 집안의 백의의 천사, 아들의 일기장을 보고 일어나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LEDIX의 모토는 ‘고출력 LED, 탁월한 LED’다. 중소기업의 CEO들은 대게 공학을 전공해 경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황 대표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북 상주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황 대표의 집안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이다. 남동생이 신부가 됐을 정도. 동생은 프란치스코 교황 내한 당시 교황을 보필한 신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집안 내력 따라 황 대표 역시 굉장히 모범적이면서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냈고 결국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이후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고 아이를 낳은 후 워킹맘으로 변신했다. 하루하루 아이들 볼 생각에 일의 고단함도 잊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다치면서 황 대표는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칩거생활을 했다. 시련은 그의 에너지원인 아들에 의해 극복했다. 우연히 ‘엄마가 불행해 보인다. 웃질 않는다’라는 아들의 일기를 보고 힘을 얻었고 재기를 노렸단다.
재기를 꿈꾸면서 추천받은 것이 바로 LED다. 그의 친정 오빠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는데 LED 시장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고. 처음엔 당연히 모든 것이 풀리지 않았고 사고로 인해 한껏 움츠러든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CEO 모임을 다니며 LED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결국 그는 정부의 LED 육성지원사업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다른 LED보다 수명이 3~4배 긴 LED 벌브 등에 힘입어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 LED 활성화를 가로막는 방열시스템의 무게를 줄여라 LED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황 대표였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전도유망한 산업인 것은 맞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생경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LED가 유망한 시장이라곤 했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미개척의 낯선 분야였습니다. 국내 LED 기술을 세계와 비교했을 때 참 초라한 수준이었죠. 어떻게 해야 LED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당시 LED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게였다. 램프 자체는 일반 조명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지만 램프에 불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부속 장치인 칩과 구동회로, 방열시스템 중 방열시스템의 과도한 무게가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황 대표는 생각했다. 방열시스템은 높은 열에너지로 전구가 손상을 입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100w 가로등을 기준으로 했을 때 무게가 10㎏에 달한다. 그래서 가로등을 LED로 교체하기 위해선 무게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었다. 황 대표는 이 무게를 줄이는 것이 LED의 보편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낮밤을 가리지 않은 수많은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방열시스템의 컨버터를 칩으로 교체했고 무게를 2.6㎏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무려 80% 이상의 무게를 줄인 것으로 이는 국내 최초였다. 기쁨도 잠시, 방열시스템의 무게를 대폭 줄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선 LED가 속한 조명 분야는 사람들이 손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방열시스템의 무게를 줄인 것에 대해 큰 호응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LED는 대중화가 막 시작될 단계여서 대중들은 시큰둥했다. 그렇다고 공공기관들이 LED를 구매하는 것도 아니었다. 기관마다 다른 규격을 요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여기에 플로크 현상(조명이 깜빡이는 것)이 발생한 것도 문제였다.
#3. 위기 속에 발동한 고집 하지만 황 대표는 여기에 굴하지 않았다. 당시 LED 산업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제품의 무게를 줄여 각기 다른 규격에 맞추기 위한 인증에 시간을 쏟아부으면 그 사이 LED 제품은 더욱 발전한 것이다. 가령 황 대표가 인증을 위해 1년여의 시간을 쏟아부으면 더 좋은 LED 제품이 시장에 나온 식이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LED 산업에 뛰어들었던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LED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면 인증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인증에 실패할 경우 도산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 말이다. ㈜LEDIX 역시 인증에 걸리는 오랜 시간을 버티기 힘들었고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미 LED 신기술이 개발됐다는 이야기가 바다 건너에서 들려왔다. 연구개발에 많은 재원을 쏟아부었지만 아웃풋이 없으니 위기가 찾아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어려움 앞에 넘어질지언정 쓰러지지 않는 우직한 진가는 위기가 닥쳐오자 제대로 발휘됐다. 우선 채무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쉽진 않았지만 공장(충남 금산)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우선 채무를 정리하고 잔금을 갖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플로크 현상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6개월여 시간을 투자한 결과 문제점을 모두 없앴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LED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LEDIX란 이름도 차츰 퍼지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무게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이미 10㎏을 2.6㎏까지 줄였지만 더 줄여야 대중들이 쉽게 LED를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레드오션이 된 LED 시장에서 ㈜LEDIX만의 차별화를 위해서 다시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600g으로 줄이는 기술 개발 성공을 앞두고 있다.
#4. 이제는 세계로, 목표는 기술 강국 독일 ‘낭중지추’라는 말처럼 ㈜LEDIX 역시 규모가 크지 않지만 황 대표의 끊임없는 R&D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자 어디서든 돋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바다 건너 해외에서 황 대표의 제품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최근 황 대표는 한국-유럽연합 공공조달 파트너십을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 ㈜LEDIX의 제품을 유심 있게 본 한 기업이 황 대표에게 업무협약을 먼저 제안했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대지가 낮고 터널이 많은데 터널에 ㈜LEDIX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대신 네덜란드 규격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했다. R&D로 위기를 뚫어온 황 대표에게 네덜란드 규격에 맞는 제품개발을 ‘식은 죽 먹기’였고 현재 본격적인 수출을 앞두고 있다. 또 중국 측에서 공동기술 개발을 제안하는 등 황 대표의 세계 진출기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여기서 만족할 그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 강국 독일이 그의 목표다. 하지만 무리하진 않는다.
“이제껏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절대 쓰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들의 일기장을 보며 힘을 냈던 것처럼 세계 최강 독일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을 겁니다.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어려움도 우직함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황 대표의 자신감에서 ㈜LEDIX의 성공적인 세계 진출 청사진이 엿보였다.
글 김현호·사진 주홍철 기자 khh0303@ggilbo.com
◆레딕스(www.ledix.co.kr)는 R&D를 통해 LED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기업이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LEDIX는 ‘LED In Excellence’의 줄임말로 ▲R&D를 통한 기술혁신 기업 ▲지속적인 품질개선을 통한 품질 제일 기업 ▲신속한 납기준수 기업 ▲나눔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 등을 경영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산업부장관 수상을 비롯한 9개의 수상경력과 더불어 40개 가까운 인증을 취득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정평이 나 있다.
2009년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을 인증받았고 2013년에는 직관형 LED 램프 고효율인증과 매립형 LED 등기구 고효율 인증까지 획득했다. 현 명칭으로는 2014년부터 사용됐고 같은 해 LED 가로등 및 보안등 KS 인증을 받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듬해에는 대전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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